요즘 기분이 좋아서, 혹은 슬퍼서, 심심해서, 너무 바쁜 하루를 보내서 거의 무슨 이유를 대서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꼭 가는 곳.
조금씩 변해있는 모습을 보는게 흥미로운 곳, 가서 가만히 있다보면 나의 미래를 상상할 수 있어서 좋은 곳.
푼수처럼 이사는 한참 뒤인데 벌써 좋아하는 음식점과 좋아하는 카페가 생겼다.
그 카페에서 주은이와 먹은 것들이다. 나의 할미입맛 취향에 꼭 맞는 쑥 두유라떼와 오픈 샌드위치.


이 카페가 있는 곳이자 우리 동네(가 될) 에서 다리를 하나 건너면 나오는 전원주택 단지.
도로명에서 느껴지는 신도시 #mood
주은이는 한적하고 예쁜 집들이 여유있게 자리한 이 동네가 산책하기 너무 좋다며 앞으로도 자주 오자고 한다.


주택단지와 어우러져서 공원이 조성되어 있길래 쭉 걸어가보았다.
평지는 아니고 얕은 산을 공원화 시킨 것 같은 느낌이다. 근데 걷다보니 이 공원이 주택단지나 아파트단지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있다.
생태통로 비슷하게 만들어진 부분도 있길래 건넜더니 이번엔 도서관이 연결돼 있었다.
주은이는 어느날 여름의 아침 집에서 나와 이 공원을 따라 길을 걸어 도서관에 가면 행복할 것 같다고 한다.
정말 잘 한 도시 설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주거지와 공공시설 등을 공원을 매개로 녹여내는걸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사람이 많지 않을테니


앞으로 자주 오게 될 곳이다. 주차장이 유료인게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지만 집에서는 걸어다니게 될 테니까.
이용시간을 기억하기 위해 찍어놓았다.
주은이 말로는 안에 구비된 책들의 궁합도 자기와 잘 맞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달과 내달은 이렇게 운영된다고 한다.

집에 돌아가는 차 안에서 집 근처(가 될)를 지나며 운명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중에 나와 인연을 맺게 될 곳인 줄 전혀 모르고 일 년도 더 이전에 이미 와본 적이 있던 곳이다.
그 때도 차를 몰고 여길 왔었는데, 하지만 그 땐 이 일대가 지금보다 더 황량해서 도로 대부분이 막혀있었다.
오려고 해서 온 곳이 아니고 발길 닿는대로 왔다가 빠져나갈 곳이 없어 맴돌았던 터라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었는데
그게 어쩌면 미래에 맺게 될 운명 내지는 인연의 힘으로 이 곳으로 끌어당겨졌던거라 생각해보니 흥미롭게 느껴졌다.

사실 세상은 운명이라는 것과 사랑을 많이 연결시키곤 하는데 - 나는 사실 사랑에 대해선 운명이라는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수명을 다하기 전에 피할 수 없는 운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만한 가장 큰 사건이 주어질 수 있다면
나 역시 사랑에서 일어나길 바라고 있다.
상처를 입고 두려움이 많아 지금으로선 그 어떤 용기도 낼 수가 없고 새로운 시작도 꿈꿀 수 없이 겨우 숨만 이어가고 있지만 말이다.

사랑을 한다는 것에 있어 용기가 없는게 죄라면 나는 죄인이 맞다. 그런 나지만 부디 신께서 거두어주시길 기도한다.
비록 지금의 나는 주변에 그 누구도 없이 혼자이지만
후일에 뒤돌아보면 지금 이 순간 역시도 서로가 의식하지 못했을 뿐 서로가 서로를 위해 작용하고 있었음을
등을 돌리고 있느라 볼 수 없었을 뿐 알고보니 우리는 이미 서로의 옆에 있는 중이고
그동안 내게 벌어진 슬프고 아프고 이해할 수 없었던 서사가
부족한 내가 당신 한 사람을 온전히 사랑하기 위해 미리 겪어 놓아야 했던 성숙의 시간임을 깨닫게 되는 그런 일이… 나에게도 허락되었으면 한다.

그리고 미래의 어떤 주말 소중한 사람과 저 도서관에서 읽고싶은 책을 읽다 출출해지면 근처에서 분식거리를 사먹고 재잘거리며 집에 선선히 걸어오고 싶다.
(위에 올린 카페 가도 좋고 :p 히힛 제가 사줄게여 뭐드실래여…)

가족과 사랑을 이야기하고 맛있는 것을 적당히 먹고 주어진 일을 빠뜨리지 않고
여가시간엔 좋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이따금씩 책을 읽고 사색을 하고
건강한 정서 덕분에 때론 울고 때로는 웃으며 몸 불편한 곳 없이 지내고 있다.

20230501 :: 2023. 5. 2. 01:49 카테고리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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